선을 그리는 것에는 예상치 못한 재미가 있다. 점을 찍는 것과는 달리 선을 그리는 것은 꽤나 내 의도를 내려놓아야 하는 일이다. 특히 곡선은 나를 이끌어 가며 다음을 상상하게 하고, 순발력을 요구하기도 한다.

운동성이 있는 선은 굴곡의 높낮이에 따라 아주 차분하기도 하고, 아주 기운이 넘쳐나기도 한다. 또 선은 속도 위에 감정을 실어 내기도 하고, 나의 호흡과 힘에 예민하게 반응한다.

선은 끝과 끝을 연결하고, 종이의 폭을 가로질러 온 구석구석을 채울 수 있는 힘이 있다. 하나로 묶어 버리기도 하고, 나누어 버리기도 한다.

나는 선을 그리는 순간이 좋다. 묘하게도 동물을 쓰다듬으며 받는 위로와 닮아 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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